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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곰곰이-되새겨 보아야 할...

120만 민주노총’은 성소수자에게 허락되지 않는 겁니까

 

 

 

 

 

 

“‘120만 민주노총’은 성소수자에게 허락되지 않는 겁니까”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제주 퀴어프라이드(옛 제주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와 연대했다는,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 기사 내용 중 일부를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이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성소수자 조합원 모임은 ‘노동과 세계’ 발행인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19일 민주노총 성소수자 조합원 모임, 제주본부 등에 따르면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전날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지난 13일 개최된 제주퀴어프라이드의 제주본부 발 기사 일부가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의 의견에 의해 편집됐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박한솔 제주본부 선전부장이 지난 14일 처음 작성한 기사에는 “생산과 역사의 주인인 퀴어노동자의 자긍심은 나의 자긍심이며 120만 민주노총, 2500만 노동자의 자긍심”이라는 임 제주본부장 발언이 담겨 있었다. 기사 제목은 <“퀴어 자긍심, 120만 민주노총의 자긍심이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제주퀴어프라이드 참여>였다.

‘노동과 세계’ 편집인인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120만 민주노총, 2500만 노동자의 자긍심”이라는 표현이 과한 것 같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박 선전부장은 제목만 수정하고 본문은 원안대로 가겠다고 했지만 교육선전실장은 재차 본문 내용도 삭제를 요구했다. 결국 해당 기사 중 “120만 민주노총, 2500만 노동자의 자긍심”이라는 발언은 “노동자의 자긍심”으로 수정됐다. 제목 중 “퀴어 자긍심, 120만 민주노총의 자긍심”이라는 표현은 “퀴어 자긍심, 노동자의 자긍심”으로 바뀌었다.

교육선전실장은 임 제주본부장의 문제제기에 대해 해명하던 중 “120만 노동자에게 물어보셨냐”고 말했다. 성소수자 조합원 모임은 이날 입장문에서 “교육선전실장은 ‘노동과 세계’ 편집장이라는 권력을 행사해 민주노총과 성소수자를 분리시켰고, 문제제기 과정에서 ‘120만 노동자에게 물어보셨냐’라며 성소수자 조합원들에게 모욕감을 줬다”며 “‘120만 민주노총’은 성소수자에게 허락되지 않는 표현인가. 교육선전실장은 무슨 권한으로 제주본부장의 표현을 일부 생략했냐”고 밝혔다.

성소수자 조합원 모임은 양경수 위원장의 사과, 교육선전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 중앙집행위원회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교육선전실장은 이날 조직 내부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민주노총은 전했다. 해당 기사는 제주본부가 처음 작성한 내용으로 다시 바뀌었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연맹 차원의 입장은 따로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