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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부부 건보 피부양 등록 가능하다…대법 “인정 않는 건 차별”

 

 

 

 

 

동성부부 건보 피부양 등록 가능하다…대법 “인정 않는 건 차별”

 
 
지난해 5월 김용민·소성욱씨가 마주 보며 웃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동성부부의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소성욱씨가 “동성인 배우자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상고 기각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 있는 집단에 대해선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아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데, 이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라며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 넘어 부부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피부양자로 인정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소성욱(왼쪽 셋째)·김용민씨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사실혼 동성 부부의 배우자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 뒤 소회를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소씨는 지난 2019년 동성인 김용민씨와 결혼식을 올린 뒤 퇴사했다.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씨는 소씨를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이런 사실이 한겨레21 보도로 알려지자 건보공단은 일방적으로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한 뒤 소씨의 지위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새로 청구했다.

지난 2022년 1월 1심은 “건강보험 영역에서 특히 사실혼의 개념을 동성 간 결합에까지 확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2심 재판부는 “평등 원칙을 위반한 차별”이라며 소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라며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관 이동원, 노태악, 오석준, 권영준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상고기각’이라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동성 동반자가 사실상 배우자와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어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며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면 입법이나 위헌법률심판제도로 교정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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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사무실(자료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대법원이 18일 동성 동반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관련 업무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당분간 현행 유지하겠다"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이 난 다음날인 19일 오전 한 동성 부부는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어제 대법원 판결 이후 (동성 동반자의) 피부양자 취득 신고가 가능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해야 하느냐"라고 직접 문의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이들 부부에 "업무 처리 지침 개정 전까지 현행 유지하며 동성 간 사실혼 배우자는 피부양자로 취득이 불가함을 안내해드린다. 추후 법령, 업무 처리 지침 개정이 있을 경우 보도를 통하여 안내해 드리니 이점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이 났음에도 업무 처리 지침 개정이 되지 않아 이성 사실혼 관계만 피부양자로 취득 가능하다는 것이다. 
 
  "동성 간 사실혼 배우자는 피부양자로 취득이 불가함을 안내해 드립니다." 한 동성 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안내 문자 메시지.
ⓒ 페이스북 Candy D Yun 제공 관련사진보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해당 업무 지침 개정을 보건복지부와 논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19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업무 처리 지침에 대법원 판결이 반영돼있지 않아 해당 부서에서 관련 지침 개정을 검토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개정 일정은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 지침이 "직장가입자와 그 배우자가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인우보증서 제출만으로 사실상 혼인 관계가 소명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혀, "지침 개정"을 고수하는 공단의 입장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우보증서'란 친인척, 동료 등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 보증인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을 기록한 서류로, 김용민씨는 지난 2020년 2월 인우보증서를 내고 자신의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 피부양자로 소성욱씨를 등록한 바 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몇 달 간 소성욱씨의 피부양자 자격은 유지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을 대리했던 대리인단 장서연 변호사는 19일 오마이뉴스에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내부적으로 논의해 정리가 필요하겠으나 원고는 사실혼 관계에 준해 인우보증서로 (피부양자로서) 등록이 됐던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의 취지대로 빠르게 조치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변호사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는 사실혼 관계를 증명하는 혼인관계증명서랑 인우보증서만 제출해 신고가 되면 바로 접수한다.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라면 동일한 기준에서 접수가 돼야 하고, 동성 동반자 관계라고 해서 별도로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차별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사랑이 또 이겼다" 동성 동반자 인정한 대법원에 '감격' https://omn.kr/29h7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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